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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0대 중반에 자전거로 활력 되찾았어요” 조회수 2,398

“4대강 자전거 종주에 나선 사람들은 척 보면 압니다. 예외없이 커다란 배낭을 짊어졌거나 패니어(자전거 앞뒤 바퀴에 장착하는 짐 싣는 가방)를 장착하고 있거든요. 한강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마주치는 사람끼리 인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4대강은 달라요. 이따금씩 사람을 마주치면 누구나 예외없이 손을 들거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말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죠. 목이 마를 때 물을 청하거나, 길을 물어보면 아낌없이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 ‘4대강 종주’입니다.”




<지난 여름 휴가를 활용해 울릉도 일주에 나선 윤성환씨. 그는 “울릉도 MTB클럽 총무가 무상으로 빌려준 자전거로 울릉도를 완주했다”며 “자전거 동호인의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 아라뱃길~낙동강 하굿둑의 633km 구간을 자전거로 주파한 윤성환(57) 부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매출규모 120억원의 인쇄회사 대명피앤씨의 부사장인 그는 지난 6월 말부터 총 5회에 걸쳐 한반도를 종단했습니다. 1회에 평균 126km를 달린 셈입니다.



5회로 나눠 한번에 126km씩 달려


윤씨는 “전체 구간을 5개로 나눠 계획을 세웠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첫날 양평까지 갔다면, 두번째는 양평에서 시작해 충주까지 가고, 세번째는 다시 충주에서 안동까지 가는 방식입니다. “서울 집에서 출발지까지 이동할 때는 고속버스를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시간당 평균 20km로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밥 먹고 쉬는 시간을 빼면 평균 6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 것이지요.”


하루 6시간을 꼬박, 그것도 거듭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손목이나 어깨가 저린 것은 물론이고 발목이나 무릎이 시큰거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고통은 엉덩이. 윤씨는 “나름대로 엉덩이가 (자전거에) 적응됐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중엔 감각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가 전립선에 안좋다는 일부의 시각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씨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 “친하게 지내던 후배로부터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도 한번 바람을 맞으면서 시원하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집(마포) 근처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습니다.”


윤씨는 “첫날 느꼈던 그 ‘강바람’을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없는 자유, 아무 거리낄 것 없는 무한한 자유였어요. 그 뒤로 짬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끌고 나갔습니다.”


이후 윤씨는 자전거 마니아가 됐습니다. 집 근처 마포를 기점으로 한강변을 왔다 갔다 하던 그는 점차 거리를 늘려 서울~일산을 오가기 시작하더니, 강을 건너 미사리~임진각을 누빈 뒤 과천·평택·분당·용인을 찍고 팔당~여주~양평을 거쳐, 급기야 강원~충청~경상도를 넘어 울릉도를 휘감아 도는 ‘전국구’로 변신했습니다.



팔당~양평 구간과 울릉도 일주 추천 1순위


윤씨가 최고로 꼽으며 ‘강추’하는 구간은 팔당~양평 27km 구간. “한마디로 환상적인 구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길은 원래 기찻길이었어요. 그걸 자전거 도로로 개조한 구간이죠. 여길 달리면 마치 하늘에 붕 떠서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중간중간에 5~6개 가량 터널이 나오는데, 기차 터널을 자전거로 달리는 맛이 또 여간 아닙니다. 여기에 도로 한편으로 남한강의 비경이 그림같이 펼쳐집니다. 이건 정말~. 한마디로 ‘강추’입니다. 여기를 한번 달려 본 사람이라면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 부산까지 가고 싶다’는 욕망이 저절로 솟아오를 겁니다.”


윤씨는 침이 마르도록 팔당~양평 구간을 칭찬했습니다. 그가 손꼽는 다른 코스도 있습니다. 울릉도입니다.


“올 여름엔 유독 태풍이 많았잖습니까. 그래서 비도 많이 왔죠. 울릉도 라이딩을 계획해 놨는데, 대체 폭우가 멈추질 않는 거예요. 이미 뱃삯도 다 지불했고 숙소도 예약했지, 그런데 비는 멈추질 않지…. 고민이 되는 겁니다. 어떻게 합니까. 할 수 없이 자전거는 그냥 집에 두고 울릉도로 갔어요. 그런데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날이 개는 겁니다. 그러나 자전거가 없잖아요. 이걸 어떻게 하나 하다가, ‘울릉도 MTB 클럽’이란 곳을 찾았습니다. 문자를 남겼어요. ‘울릉도 라이딩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자전거 빌릴 만한 곳을 아시면 좀 가르쳐 달라’고요. 얼마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자기가 ‘울릉도 MTB 클럽’ 총무라면서, 아 글쎄 자기 자전거를 그냥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허허~.”


생면부지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전거를 빌린 윤씨는 “그 자전거로 울릉도 한 바퀴 56km를 돌았다”고 했습니다. “울릉도에 거주하는 30대 공무원인데, 그냥 무상으로 자기 자전거를 빌려 준 겁니다. 그걸 타고 울릉도 구석구석을 돌았는데, 아~! 이 울릉도가 또 장관입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절경이 펼쳐지는데,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끊이질 않는 겁니다. 가수 이장희씨가 왜 울릉도에 터를 잡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더라고요.”




“일본 4개 섬 돌고 나면 중국이 다음 목표”


윤씨는 ‘나홀로 라이딩’을 즐깁니다. “한없이 펼쳐지는 자유를 원없이 만끽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4대강 종주에 나선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훈훈해진다”고 말했습니다.


“가끔 보면 가족 단위로 종주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달리며, 함께 텐트에서 자고 부대끼다 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체감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저도 외국에 있는 아들이 돌아오면 꼭 한번 같이 달려보고 싶습니다.”


인천~낙동강 633km를 종주한 윤씨는 요즘 일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4개 섬을 자전거로 달려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인천~낙동강 구간과 금강 구간(146km), 영산강 구간(133km)을 합쳐서 ‘그랜드 슬램’이라고 부릅니다. 11월 주말을 이용해 이걸 마친 다음 해가 바뀌면 일본 투어에 나설 생각입니다.


그 다음엔 중국을 목표로 잡고 있어요. 인터넷에 보면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뭐…, 저야 아무것도 아니죠.”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위클리공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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